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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노가 만난 자유인 2015.03.11 10:30

나의 정체성은...

1.

 

"당신은 원래 학자가 되어야 할 팔자여.

근데 노력을 안했지.

그래서 선생으로 떨어졌는데, 또 노력을 안했어. 정신 못 차린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냐?

한량으로 전락했지 뭐.

요즘 말로 하면, 지식 장사치라고 할까."
(참고로, 이건 지식 양아치하고는 또 달라)

 

언젠가, 점쟁이가 말한 걸 내 나름대로 해석한 거다.

사주로 본 나를 정리하면,

업은 지식장사치, 정체성은 한량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출세지양적 한량.

뭐, 출세지향적 한량이 가능할까마는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내가 출세지양적 인간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2.

친구는 전생에 기생이었다.

그랬을 것 같다는 게 아니라, 그랬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

사람들이 자꾸만 찾아와서 밥 먹여주고, 술을 사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본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참고로 그는 남자고, 미남과는 거리가 멀다. 아주~)

 

어디 그 뿐인가.

그의 몸엔 영업맨의 피가 흐른다.

유전이라는 얘긴데, 아버지가 건축업계 영업의 전설이었다.

에피소드1만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브라보!"

그래서일까. 영업 유전자가 확실하게 박혀있다.

'딱히 원하는 게 없는데도,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영업을 하고 있더라' 수준이 된 거다.

 

 

3.

전생에 기생이었던 친구에게

전생에 한량이었던 나는

종종 고민상담을 한다.

 

"싸가지리스 최양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널 만만하게 본 거지."

 

"*씨는, 왜 나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만 골라서 할까?"

"업무상 실수를 한겨?
"아니"

"그럼 견제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냥. 화풀이인거지."

 

"그럼 내가 어캐 해야 하는데? 들이받아?"

"그러다 마라도 가는겨....공기 좋은 중국으로 파견 나가고 싶어?"

"그럼 어쩌라고?"

"니가 할 수 있는 건 암 것도 없어. 넌 권력이 없거든.

걍 배를 보여주고 드러누워. 멍멍 개들이 하는 거 봤지? 딱 그식으로다가 해야되는 겨."

".....헐."

 

"그리고 또 하나, 아이컨텍을 하면서 방글방글 웃어. 이건 팁이여.

이왕 달리기로 한거, 빤스까지 벗고 시원하게 달려야지. 암암..."

 

정말 그래야 할까?

 

일부러, 나를 밟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방글방글 웃으며 비빌 수는 없지.

왜냐면, 난 출세지양적 한량이니까.

그로 인한, 수고로움과 손해는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단 말이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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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노는 나의 힘

블로그질을 하네 마네

미래를 위해서는 뭔가라도 끄적거려야 하네 마네...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몇차례 끄적거리기도 했지만 뭔가 잘 안돼서 그냥 나만 보고 만 적도 있다.

뭘까, 이것도 글이라고

끄적거리기는 했지만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아마도, 왜 쓰는가에 대한 확실한 이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자기계발을 위해...와 같은 시시껄렁한 이유 말고,

뭔가 절절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조국과 민족을 심히 걱정하는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오늘 그걸 찾았다.

끓어오르는 분노.

 

역시...

돌아보면, 그동안 블로그질의 반은 욕이었다. 하하하.

 

허나,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우다 보니 웬만한 것엔 초연하게 되었고

뭔가 끄적거리고 싶다는 욕망도 사라진 것.

'그게 뭐 화 낼 일인가? 뭘 그런 사소한 걸 가지고 발끈하나?'

진정한 여든 할머니 인증이랄까.

 

그런데, 이제 좀 살만해졌나보다.

요만한 것에도 발끈하고,

이만한 것에는 모멸감을 운운하며 또 분노를 발산하는 걸 보면 말이다.

 

 

 

작년 말, 우연한 기회로 김훈 쌤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모기업의 마름이라고 소개했더니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마름은 무슨. 수노지, 수노"

 

상무, 적어도 부장급은 돼야 마름이고,

그 이하는 수노 또는 그냥 관노비.

 

그렇다.

나는 마름이네 하면서 우울해했는데, 그 역시 나의 착각.

나의 실제 계급은 마름 아래 수노였던 것이다!

문제는

내 비록, 마름도 아닌 수노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 속엔 아직도 자존심이 버티고 있다는 것.

자존심을 버리면 참 편할텐데,

이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못하는 걸 보면

아마도 죽는 그날까지 이렇게 살 것 같다.

인간, 생긴대로 사는거지.

 

 

요즘, 모멸감이라는 말이 유행이라지.

아예 "넌 나에게 모멸감을 줬어"라는 영화대사가 문장 통째로 회자될 정도다.

모멸감이라는 단어가 결코 쉬운 말은 아닌데,

일상어처럼 쓰이고 있는 걸 보면

한국인의 교육수준은 꽤 높은데, 현실은 쉣이라는 뜻이겠지.

암튼, 내 분노의 8할은 모멸감에서 나오고

내가 끄적거리는 글의 9할은 분노를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왜 쓰는가?" 라는 질문에 조지오웰은 참 멋드러지게 답을 했지만,

나의 답은 아직도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당신은 왜 글을, 아니 블로그질을 하는가?"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요."

 

"헐. 아니 왜? 흠....주로 어떨 때 분노하는가?"

"모멸감을 느꼈을 때 주로 분노합니다."

 

"당신은 본인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보죠?" 

"에?"

 

"분노의 횟수가 너무 잦아요. 그렇게 자주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는 대개 둘 중 하나죠.

유태인이나 이슬람 민족처럼 탄압을 받고 있거나..."

"아니면?"

 

"자존감이 너무 높거나...."

"전 후자라는 거죠?"

 

"빙고!" 

 

정리하면,

나라는 인간은 자존감이 쓸데 없이 높아서,

누가 생각없이 툭 던진 말 하나에도 몸을 부르르 떨며

"저자는 왜 나를 이리 업신여기나?"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사나?"

라며 분노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건 이미 일찌감치 파악했는데, 왜 그럴까.

병이지 싶다.

 

 

 

여하튼, 어제 저녁에 빡친 것이 아직도 남아

이렇게 달리게 되었다.

 

실적악화로 조직 분위기가 안좋다는 얘기는 작년부터 들었다.

사실 우리가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나?

입사 이래로 대왕주인님은 항상 말씀하셨지. 지금이 바로 위기라고.

기업에서 말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쉣이지.

 

암튼, 그리하여 각종 비용절감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고,

휴게실에 커피원두가 떨어져도 채워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있고

일하는 데 필요한 제작비용도 많이 까이고 있다.

그리고, 법카....

법카를 사용할 때는 꼬박꼬박 보고를 해야 한다.

사실, 관노비에서 수노로 진급한 이후 내가 법카를 쓸 일은 급격히 줄었다.

가끔, 관노비를 다그치고 나서, 너무 깠나 싶을때 커피 한 잔 사는 정도?

물론, 매번 꼬박꼬박 보고를 했다. 쪼잔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히...

 

그런데, 어제는.....

손님 때문에 법카를 쓰겠다고 보고를 했다가 까였다.

 

"왜 맨날 거기에서 먹냐. 거기 너무 좋아하지 마라. 눈치껏 행동해라."

 

맨날은 무슨. 그럼 손님 불러놓고 분식집 가나?

또, 그 손님은 내가 부른 건가?

손님은 무슨. 어디서 사기꾼 하나 몰고 와서 나더러 혁신상품 만들라고 주문한 게 누군데.

당신이 뭉개려다 끝내 못 뭉개고 나에게 던진 것, 그거 치우느라 쓰는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되지.

 

아.... 역시 분노여.

 

결국, 그 점심식사는 취소했다.

사기꾼에게 연락해서 점심시간이 지난 2시에 오라고 했다.

법카를 확 부러뜨리려다 참긴 했다만, 당분간 내 손으로 법카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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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벽이 필요할 때


그간 정말 많~~ 일이 있었지만, 그걸 다 풀어낼 기력이 아직은 생기지 않았으므로 패스.

네이버로 이사갔다가 다시 이리로 돌아온건, 회사에서 블로그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보안을 강화한답시고 각종 멜은 물론 걍 이거저거 막다보니 그것까지 싸잡아서 막게 되지 않았을까 막연히 짐작해볼 뿐이다.

뭐 그렇게 막아도 이런 구멍하나는 생기는 법.
여기에 텍스트를 입력한 후, 모바일로 복사해서 모바일 멜로 보내면 끝인것을.
첨부는 좀 어렵겠다만,(해봤는데 역시 안되는군.)
다른 건 다 갖다 붙일 수 있다.
동영상은 뭐 원래 안됐던 거고. (내가 유투브 갖다 붙이는 게 안 돼서 옮긴 건데 말이다...)


내가 다시 블로그질을 하기로 한 이유는, 역시 통곡의 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동안은 필요하지 않았냐?
그랬다. 
블로그에 접속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는 게 일번이고,
이번은.... 썩 괜찮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통곡의 벽이자 꽤 괜찮은 리스너이며 썩 괜찮은 카운셀러가 있는데
내가 왜, 무슨 이유로 고독한 블로그질을 하겠냔 말이다. 

그럼, 다시 돌아온 이유는......그 친구랑 절교라도 한거냐?
그건 아니고.

그럼 뭐냐? 설마 죽기라도 한거냐?
그럴지도 모른다.

헛. 어디가 많이 아픈거냐?
많이 아프다. 마음의 병이 깊어서.... 매번 자살을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수십번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기껏 한다는 말이 병원에 가보라는 거다.
가끔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다시 늪에 빠져있다.
누군가 그를 통째로 들어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말 그대로 구원자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나에게 그 친구는,
깊은 방주 벽에 뚫어놓은 작은 창 하나 같은 존재다.
세상은 온통 물바다.
대홍수로 사람들은 다 죽거나 사라졌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난 방주에 혼자 타고 있더라.
노아의 방주에는 쌍쌍이 짝을 지은 동물과 식물이 있었지만
이 방주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
고독한 방주.
게다가 바깥에는 세찬 비바람이 불고 있어서 함부로 방주 뚜껑을 열 수도 없다.
유일한 위안은,
저~쪽,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창을 바라보는 일.
아무리 폭풍이 거세다 하더라도 지금인 아침인지 밤인지는 알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가끔은 고운 달도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대체 언제까지 이 방주를 타고 떠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고되고 지루한 방주여행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저 창 때문이다.

문제는, 그 창이 슬금슬금 없어지려고 하는거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일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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